국수사랑봉사단
속초 먹거리단지에서는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마다 따뜻한 국수 냄새가 피어납니다. 국수사랑봉사단은 2008년부터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급식을 이어오며, 식사 한 그릇에 정성과 마음을 담아왔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나눔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따뜻한 공동체로 자리 잡은 이곳. 국수사랑봉사단을 이끄는 신오일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일요일에 국수를 삶기 시작한 날, 국수사랑봉사단의 시작
“2008년 7월 13일 첫 문을 열었는데, 그 당시 일요일에 봉사하는 단체가 없더라고요. 어르신들이 식사할 자리가 마땅치 않다 보니까, 마음 맞는 사람 여덟 명이 시작하게 됐죠. 호스를 인근 상가 수도꼭지에 연결해서 국수를 삶고, 난전에 테이블 몇 개 놓고 어르신들께 대접했던 게 처음이었어요.” 국수사랑봉사단은 이렇게 작은 시작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속초 먹거리단지 내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어르신들을 위해 국수를 나누며, 매주 일요일을 따뜻한 식사와 정이 오가는 날로 만들었습니다.
18년째 이어지는 마음
“지금 2025년도니까 18년째인데, 코로나 때문에 2년은 문을 닫았고, 정확하게 따지면 16년째 하고 있는 거예요.” 야외 행사 특성상 계절에 따라 참석 인원의 차이가 있지만, 올해도 국수사랑봉사단은 한 해 약 20회의 봉사로 4천 그릇의 국수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사람 구경’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1년에 50일, 매주 했어요. 그런데 자원봉사자들도 휴식이 필요해서 작년부터는 둘째, 넷째 주 일요일로 바꿨어요. 여름에는 350~400명, 겨울에는 150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오십니다.”

다양한 단체와 자원봉사자의 자발적 참여
“여기 오시는 분 중엔 찬누리봉사단, 자원봉사대학 17기, 속초자영업자 총연합회, 연극협회, 먹거리단지 번영회 등 다양한 분들이 있어요. 누가 오든지 다 같이 어르신들을 챙기죠.” 국수사랑봉사단은 특정 단체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내 여러 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더 놀자’ 밴드팀, 트롯·장구 아카데미 등 문화 예술 단체의 공연도 더해져 어르신들에게 정서적 힐링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와서 봉사해요. 어떤 분은 80세예요. 누구 하나 대우받으려고 오는 게 아니라, 그냥 봉사가 좋아서 오는 거죠.” “어르신들이 그러세요. 우리 새끼들보다 낫다. 자식들은 명절 때 용돈 한 번 주고 마는데, 여긴 매주 살갑게 챙겨주니까요. 일요일에 여행도 못 가고, 가족끼리 시간도 못 보내고 봉사하러 나오는 걸 아시고 항상 고맙다고 하시죠.” 봉사자들에게는 어르신들의 이런 말 한마디가 봉사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봉사의 힘은 속초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
“주변 지인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우리 봉사단의 한 달 예산은 먹거리단지 번영회에서 나오는 30만 원이 전부인데 각종 후원 덕분에 풍족한 한 끼를 대접해 드릴 수 있어요.” 속초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은 국수사랑봉사단이 오랜 시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천입니다. 지역 기업 ‘산들바람김치’는 김치를, ‘우리홈마트’는 과일을 평생 후원하기로 약속하는 등 지역사회 전반이 따뜻한 나눔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약속이기에 멈출 수 없습니다
“한 4년 전인가,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 휠체어를 타고 오신 어르신이 계셨어요. ‘이 비에 왜 오셨어요?’ 했더니, ‘당신들이 우리 기다릴까 봐 미안해서 왔다’ 하시더라고요.” “어르신들이 안 보이실 때가 있어요. 코로나 전에는 자주 오셨던 분들인데, 한 30분 정도가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시더라고요. 노래자랑에 나오셨던 어르신도 기억나는데, 아차 싶었죠. 유명을 달리하신 거예요.” 신오일 회장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어르신들이 점차 모습을 감추는 순간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봉사 날 어르신들이 보이지 않으면 인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직접 방송을 요청하고, 비바람이 심하게 치는 등의 악천후에는 어르신들의 불편을 우려해 봉사를 취소한 뒤, 준비한 음식을 인근 경로당에 전달하며 끝까지 책임을 다합니다.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사람인(人) 자도 사람 둘이 기대고 있는 모양을 본떴듯이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잖아요. 봉사는 저에게 사명감이에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주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늘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신오일 회장은 국수사랑봉사단이 지금까지 오랜 시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속초 시민들의 응원과 도움을 꼽으며,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연극협회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온 신오일 회장은 봉사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왔습니다. 그의 철학은 국수사랑봉사단이라는 단체의 정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앞으로도 국수사랑봉사단은 어르신들과의 약속을 지켜가며 변함없이 따뜻한 일요일을 만들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