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법률혼과 사실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혼인신고 없이 부부로 함께 살아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되는 동안에는 큰 불편함이 없지만, 사망이나 이혼 등으로 관계가 종료되는 순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법률혼’과 ‘사실혼’의 차이와 그에 따른 법적 효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민법 제812조 제1항은 “혼인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따라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혼인신고를 하면 ‘법률혼’,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부부처럼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면 ‘사실혼’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실혼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간에 부부로서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사(주관적 요건)가 있어야 하고, 외부에서 보기에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실질적 사실관계(객관적 요건)가 존재해야 합니다(대법원 2009.12.24. 선고 2009다64161 판결). 단순한 정신적·육체적 관계에 대한 의사만으로는 혼인의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법률혼을 의도한 명확한 합의와 생활 실체가 결합되어야 사실혼으로 인정됩니다(대법원 1983.9.27. 선고 83므22 판결).
사실혼 부부도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영위한다는 점에서는 법률혼 부부와 다르지 않으므로, 부부 사이의 실질적인 권리·의무 관계는 사실혼 관계에서도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사실혼 부부에게도 동거·부양·협조의무와 정조의무가 있으며, 일상가사 대리권과 그에 따른 채무에 대한 연대책임이 인정됩니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사실혼을 해소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사실혼 해소 시에는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사실혼은 제3자와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법적 보호를 받기 때문에, 사실혼을 부당하게 방해하거나 파탄시킨 제3자에게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됩니다. 뿐만 아니라 사실혼 배우자가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경우, 그 상대 배우자는 가해자에게 재산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판례와 같이, 사실혼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과 객관적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우선 주관적 요건으로는 당사자 모두가 ‘부부로서 함께 살아가겠다’는 혼인의 의사를 가져야 하며, 객관적 요건으로는 외부에서 보기에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실질적 사실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러한 객관적 요소에는 상호 간의 의무 이행(가사노동, 생계 부양 등), 경제적 공동체의 운영, 공동의 생활 공간, 사회적 인정(지인이나 가족에게 부부로 소개되었는지 여부) 등이 포함됩니다. 반대로, 단순한 동거나 단기간의 연애, 관계가 불안정한 경우 등은 사실혼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는 결혼식 관련 비용 지출, 청첩장, 웨딩사진 등이 있으며,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양가 부모와의 교류, 명절이나 가족 행사에 함께 참여한 정황 등이 있다면 사실혼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사실혼은 단순한 주장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됩니다.
혼인신고를 통해 성립되는 법률혼은 민법상 부부로서 완전한 권리와 의무가 인정되는 반면, 사실혼은 혼인에 준하는 실체가 인정될 경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에도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가 가능합니다. 사실혼 기간 중 형성된 공동 재산은 ‘생활공동체의 기여’를 기준으로 평가되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실혼 해소일로부터 2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경과하면 청구권은 소멸합니다. 또한 사실혼 관계에서 외도 등으로 혼인이 파탄된 경우,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부부공동생활에 대한 침해로 간주되어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일부 특별법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도 ‘배우자’의 범주에 포함시켜 보호하고 있습니다.
사실혼은 법률혼과 달리 이혼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지만,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생존한 당사자가 검사를 상대로 사실혼 확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법률상 부부의 권리인 상속권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는 법적으로 ‘혼인 외의 출생자’로 간주되며, 부자가 법적 친자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인지 절차가 필요합니다. 사실혼 배우자도 국민연금이나 유족연금 등 일부 제도에서는 보호받을 수 있지만, 보험금 청구나 상속권과 관련해서는 많은 제한이 따릅니다. 이러한 점에서 사실혼 관계는 장기적으로 법적‧경제적 불안정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혼 관계에서 어떤 권리가 인정되는지, 또는 자신의 관계가 사실혼으로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일반인이 판단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법적 분쟁이나 권리 문제에 직면했을 때에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보다 현명하게 대응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