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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 독자기고 #독자기고

독자기고

시아버님 좋아하시는
붕어빵과 포도를 사들고 가며...

김진순

시장에 갔다가 이웃집 송이 엄마를 만났다. 나보다 세 살이 적은 송이 엄마가 반가운 마음에 다가와서는 시장에서 무엇을 샀느니, 요즘 과일값은 어떠니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몇 걸음 걷자마자 “시아버님 집에 계세요?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물어왔다. 시아버님 모시고 산 지 벌써 4년째. 송이 엄마의 말에 “응 계셔. 연세가 있으시니까”라고 하자 “힘들겠어요. 요즘은 다들 요양원으로 모시던데...” 하고 뒷말을 흐렸다. 그 말속에는 시아버님 모시고 사는 어려움에 나를 위로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래... 그런데 뭐 어쩌겠어. 자식들 다 키워놓고 보니 당신 나이만 들어 아프고 약해지고 하신 것을. 우리들도 다 나이가 들면 아프고, 힘 빠져서 자식들한테 의지해야 할 텐데” 그런 내 말에 “네. 참 대단하세요.” 하며 공감을 표했다. 시아버님 모시고 사는 거,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좁은 집에 두 애들은 점점 자라는데 칠순의 시아버님이랑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 거는 맞다. 한 번씩 울컥하고 속이 상할 때도 있고,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자식들 키우는 사이 연세 드셨으니 아프고, 아프니 거동이 불편해지는 것이고, 몸이 약해지니 마음도 약해지고, 정신도 흐릿해져 타인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자식들 키우느라 그렇게 되신 게 당신들의 잘못인가. 그런 걸 모를 리 없는 자식들마저 그런 손길을 외면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도 요양원으로 모시면 편한 것을 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집 사정이 허락하는 한 집에서 편히 모시고 싶다. 그리고 다행히 아직은 거동에 불편이 없으셔서 자식들도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런 아버님이 오히려 나는 고맙게 느껴지신다. 그리고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사신 아버님을 위해, 당신의 수고로움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리고 싶다. 외롭지 않게 마지막 여생을 즐기도록 해 드리고 싶다. 돌아가는 길에는 시아버님 좋아하시는 팥이 듬뿍 들어간 붕어빵과 잘 익은 거봉 포도를 넉넉하게 사니 마음이 더 푸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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